사인하기 전에프로듀서·비트 계약: 곡을 받을 때 정해야 하는 것
비트를 사거나 프로듀싱을 맡길 때 "얼마 주면 되나요"만 정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곡을 못 씁니다. 돈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거나 비트를 살 때, 대화가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이 트랙 얼마예요?” “OO만 원이요.” “네, 보내드릴게요.”
여기서 끝나면 나중에 문제가 생깁니다. 돈은 정했는데 권리를 안 정했기 때문입니다.
돈을 주면 곡이 내 것이 되나
아닙니다. 이게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작곡이라는 창작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생깁니다. 돈을 줬다고 그 권리가 자동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권리를 넘긴다는 합의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형태를 먼저 구분하세요
같은 “곡을 받는다”도 형태가 다릅니다.
| 형태 | 저작권 | 특징 |
|---|---|---|
| 비트 라이선스 | 프로듀서에게 남음 | 정해진 범위에서 쓸 권리만 받음 |
| 독점 라이선스 | 프로듀서에게 남음 | 나만 쓸 수 있지만 소유는 아님 |
| 공동 저작 | 나눠 가짐 | 지분을 정해야 함 |
| 권리 양도 | 나에게 넘어옴 | 가장 비쌈. 문서가 반드시 필요 |
대부분의 분쟁은 이 넷 중 어느 것인지 안 정하고 시작합니다. 사는 쪽은 양도로 생각하고, 파는 쪽은 라이선스로 생각합니다.
양도인가 이용허락인가
계약서를 읽을 때 가장 먼저 가려야 하는 것입니다. 조문이 둘을 나눠 놓고 있습니다.
양도는 권리 자체가 넘어갑니다. 넘긴 범위 안에서는 더 이상 내 권리가 아닙니다.
이용허락은 권리는 내게 있고 쓰게 해주는 것입니다. 조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제46조 제2항)
범위를 벗어난 이용은 허락받지 않은 이용입니다. 그래서 이용허락 계약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를 적는 게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이용허락으로 얻은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제46조 제3항). 상대가 다른 회사에 사업을 넘기더라도 내 동의 없이 그 권리가 따라가지 않습니다.
전부 양도해도 안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이건 알아두면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부 양도”라고 써 있어도 편곡·번안·리믹스를 만들 권리는 따라가지 않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걸 넘기려면 계약서에 따로 적어야 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그 한 줄이 있으면 상대가 내 곡을 편곡해 다른 용도로 쓰는 것까지 가능해집니다. 없으면 추정이 내 쪽에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계약서를 받으면 이 문구부터 찾으세요.
정해야 하는 것들
1. 지분
공동 저작이라면 작사·작곡·편곡을 각각 나눠서 적습니다. “반반”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플릿 시트에서 다룬 그대로입니다.
프로듀서가 트랙만 만들고 멜로디는 내가 썼다면, 작곡 지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관행이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합의가 곧 기준입니다.
2. 독점인가
같은 비트를 다른 사람에게도 파는가.
비독점 라이선스는 싸지만, 내 곡과 똑같은 트랙의 다른 곡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곡이 잘 되면 이게 문제가 됩니다.
독점이면 언제까지 독점인지도 정해야 합니다.
3. 크레딧 표기
어떤 이름으로, 어떤 역할로 적을 것인가.
메타데이터에서 봤듯이 크레딧 표기는 나중에 고치기 어렵습니다. 프로듀서의 활동명 표기를 미리 확인하세요.
4. 2차 이용
- 광고·드라마에 곡이 쓰일 때
- 리믹스·커버 허락
- AI 학습 데이터 제공
마지막 항목은 기준이 이제야 정리되는 중이라, 건별 사전 동의로 두는 게 안전합니다.
5. 유통과 정산 경로
누가 유통사에 등록하고, 정산이 어느 계좌로 들어와서 어떻게 나뉘는지입니다.
정산 구조에서 봤듯이 저작권과 음반제작자 몫은 경로가 다릅니다.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댔다면 음반제작자 지위 이야기도 같이 해야 합니다.
해외 프로듀서라면
온라인 비트 마켓에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그 사이트의 라이선스 조건이 계약서입니다.
- 판매 수량 제한이 있는가 (스트리밍 몇 회까지 등)
- 방송·광고 사용이 포함되는가
- 나중에 독점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가
조건이 영어로 길게 적혀 있어도 읽어야 합니다. 특히 수량 제한은 곡이 잘 됐을 때 발목을 잡습니다.
문서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변호사 없이도 됩니다. 메일 한 통으로도 충분합니다.
[곡명] 관련 합의
1. 형태: 공동 저작
2. 지분: 작곡 A 50% / B 50%, 작사 A 100%, 편곡 B 100%
3. 독점 여부: 독점 (B는 동일 트랙을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음)
4. 크레딧: A(작사·작곡), B(작곡·편곡)로 표기
5. 2차 이용: 광고·드라마·AI 학습은 양측 사전 동의
6. 유통: A가 등록, 정산은 각자 협회 지분대로
위 내용에 동의합니다.
서로 회신으로 “동의합니다” 한 줄이면 기록이 남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낫습니다.
작업 시작 전 확인
- 라이선스인가 양도인가 공동 저작인가
- 작사·작곡·편곡 지분을 각각 정했는가
- 독점 여부와 기간을 정했는가
- 크레딧 표기명을 확인했는가
- 2차 이용에 사전 동의가 필요한가
- 합의 내용이 글로 남아 있는가
곡이 안 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잘 됐을 때 생깁니다.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판단이 애매한 계약서를 받으셨다면 문의해주세요.
고친 기록
양도와 이용허락을 구분하는 조문 근거를 넣었습니다. 제46조는 이용허락이 "허락받은 방법과 조건의 범위 안" 으로 제한되고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다고 정합니다.
제45조 제2항을 추가했습니다.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문구가 있는지가 갈림길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요율과 규정은 개정됩니다. 무엇이 언제 달라졌는지 남겨둡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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