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싱 계약, 유통 계약이랑 뭐가 다른가
둘 다 "내 곡을 맡기는" 계약인데 맡기는 대상이 다릅니다. 헷갈린 채로 사인하면 몇 년 뒤에 곡을 내 마음대로 못 씁니다. 차이부터 정리했습니다.
“퍼블리싱 계약 제안이 왔는데 이게 유통 계약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이름이 둘 다 “맡기는” 계약처럼 들려서 헷갈립니다. 그런데 맡기는 대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걸 모르고 사인하면, 몇 년 동안 내 곡을 내 마음대로 못 쓰는 상황이 생깁니다.
한 줄로 구분하면
유통은 음원을, 퍼블리싱은 곡을 다룹니다.
권리 지도의 두 층 구조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유통사는 아래층(녹음물)을, 퍼블리셔는 위층(곡)을 봅니다.
같은 곡을 다른 가수가 불러도 저작권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퍼블리싱은 커버·리메이크·광고·드라마까지 따라갑니다.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퍼블리셔는 실제로 뭘 하나
제대로 된 퍼블리셔가 하는 일은 대략 이렇습니다.
- 곡을 팔러 다닙니다 — 드라마·광고·게임에 곡을 붙이는 영업
- 해외에서 걷습니다 —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해 그 나라 사용료를 받아옴
- 등록과 관리 — 협회 신고, 지분 정리, 정산 대조
- 다른 아티스트에게 곡을 연결 — 작가와 가수를 붙이는 일
여기서 첫 번째 질문이 나옵니다. 제안한 곳이 이 중 몇 개를 실제로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지분만 가져가는 계약이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작년에 성사시킨 건이 몇 건인지” 물어보세요. 답을 얼버무리면 그 자체가 정보입니다.
계약서에서 볼 것
1. 저작권을 넘기는가, 관리만 맡기는가
가장 중요합니다. 문구가 이렇게 갈립니다.
“저작재산권을 양도한다” →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저작권 관리를 위임한다” → 관리만 맡깁니다
양도면 계약이 끝나도 곡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행상 퍼블리싱 계약에 양도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범위와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2. 계약 기간과 그 이후
퍼블리싱은 유통보다 기간이 깁니다. 그리고 두 개를 나눠 봐야 합니다.
- 계약 기간: 새 곡이 계약에 묶이는 기간
- 잔존 기간(retention): 계약이 끝난 뒤에도 기존 곡을 계속 관리하는 기간
두 번째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은 3년인데 잔존 기간이 10년이면, 사실상 그 곡은 13년간 묶입니다.
3. 대상 범위 — 이미 낸 곡까지 포함되는가
“계약 기간 중 창작하는 모든 저작물” 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앞으로 만드는 곡 전부가 들어갑니다. 여기에 기존 곡(카탈로그)까지 포함하는 조항이 붙기도 합니다.
한 곡 때문에 사인했는데 전 재산이 넘어가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4. 지분 배분
작가와 퍼블리셔가 저작권 수입을 어떻게 나누는지입니다. 분야별로 다를 수 있으니 한 숫자만 보지 마세요.
그리고 정산 구조에서 봤듯이 저작권자 몫 자체가 전체 매출의 일부입니다. 그 일부를 다시 나누는 것이라는 걸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5. 어드밴스(선급금)
받는 돈이지만 대부분 갚아야 하는 돈입니다. 앞으로 들어올 내 몫에서 차감됩니다.
확인할 것:
- 회수 못 하면 반환 의무가 있는가 — 없어야 정상입니다
- 어느 수입에서 차감하는가 — 내 저작권 몫에서만인지, 다른 수입에서도인지
- 회수 전에는 정산을 아예 안 주는가
6. 서브퍼블리싱
국내 퍼블리셔가 해외 관리를 현지 회사에 다시 맡기는 구조입니다. 이때 수수료가 두 번 빠집니다.
해외 수입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고 각 단계에서 얼마씩 떼는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합니다.
7. 2차 이용 동의권
내 동의 없이 이런 걸 할 수 있게 되어 있는지 봅니다.
- 광고·드라마·게임 삽입
- 가사 개작, 편곡 변경
- AI 학습 데이터 제공
마지막 항목이 최근 계약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AI 활용 음악 기준이 이제야 정리되는 중이라, 포괄 동의는 피하고 건별 사전 동의로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협회 신탁과는 어떻게 되나
둘 다 저작권을 다루지만 역할이 다릅니다.
| 협회 신탁 | 퍼블리싱 | |
|---|---|---|
| 하는 일 | 사용료 징수·분배 | 영업·관리·해외 |
| 성격 | 걷어다 주는 것 | 팔러 다니는 것 |
| 관계 | 대체로 병존 | — |
이미 음저협이나 함저협에 신탁 중이라면, 퍼블리싱 계약이 그 신탁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비어 있는 계약서가 실제로 있습니다.
사인 전 확인
- 저작권 양도인지 관리 위임인지 확인했는가
- 계약 기간과 잔존 기간을 둘 다 확인했는가
- 기존 곡과 앞으로 낼 곡 중 무엇이 포함되는지 봤는가
- 어드밴스의 차감 방식과 반환 의무를 확인했는가
- 서브퍼블리싱 단계의 수수료가 명시되어 있는가
- 2차 이용과 AI 학습에 건별 동의가 필요한가
- 협회 신탁과의 관계가 적혀 있는가
- 이 회사가 작년에 실제로 성사시킨 건을 물어봤는가
유통 계약서 7개 조항과 겹치는 항목이 있지만, 퍼블리싱은 기간이 길고 대상이 넓어서 잘못됐을 때의 회복이 훨씬 어렵습니다.
받으신 계약서를 두고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문의해주세요.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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