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은 오케스트라를 줄였고, 패밀리 가이는 지켰다
같은 폭스 스튜디오의 두 애니메이션이 음악 예산에서 정반대 길을 갔습니다. 35인 오케스트라를 소편성으로 바꾼 심슨과 라이브를 지켜 온 패밀리 가이. 갈림길은 취향이 아니라 누가 예산을 쥐었느냐였습니다.
짧게 답하면
- 심슨은 2017년 작곡가를 바꾸면서 매회 35인 오케스트라 녹음을 접었습니다. Variety는 음악비가 약 40% 줄었다고 보도했습니다.
- 지금도 핼러윈 특집 같은 회차만 폭스 스테이지에서 풀 오케스트라로 녹음합니다(LA Times, 2025).
- 패밀리 가이는 원작자 세스 맥팔레인이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원해 왔습니다. 작곡가는 2021년 인터뷰에서 그런 쇼가 이제 맥팔레인 쇼뿐이라고 했습니다.
1998년 봄 어느 금요일 밤, 로스앤젤레스 폭스 스튜디오 안 뉴먼 스코어링 스테이지. 35명의 연주자가 잠깐 쉬는 사이 작곡가 알프 클라우센은 방금 녹음한 큐를 다시 들으며 손볼 곳을 고릅니다. 그날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녹음할 곡은 4초짜리부터 63초짜리까지 29개. 심슨 한 회분입니다.
뉴먼 스테이지는 1928년 영화 촬영용으로 지어졌다가 1930년대 초 작곡가 알프레드 뉴먼의 지휘 아래 음악 녹음 전용 스테이지가 된 곳입니다. 폭스 공식 소개에 따르면 바닥이 97×75피트(약 29.6×22.9m), 천장이 33피트(약 10m)입니다.
TV 애니메이션 한 회에 오케스트라 서른다섯 명. 당시에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심슨은 이 방식을 접습니다. 같은 스튜디오의 다른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는 확인된 마지막 시점인 2021년까지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써 왔습니다.
두 쇼를 나란히 놓으면 이런 이야기가 보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분위기가 아니라 예산표의 한 줄이고, 그 줄이 살아남느냐는 음악을 아끼는 사람이 있느냐보다 그 사람이 예산을 쥐고 있느냐로 갈린다는 것. 심슨에서는 원작자가 오케스트라를 원했지만 줄을 지운 건 제작진이었고, 패밀리 가이에서는 그 줄을 원작자가 직접 쥐고 있습니다.
그레이닝이 오케스트라를 부른 이유
매회 오케스트라는 원작자 맷 그레이닝의 아이디어였습니다. 1998년 Variety 기사에서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I wasn't sure how good the animation was going to turn out ... so I thought if we could solidify it with a great orchestral background, that would help the wobbly animation. And it has.
애니메이션이 어설플까 봐, 오케스트라로 받쳐 주면 흔들리는 그림이 단단해 보일 거라는 계산이었습니다. 음악을 화면의 보험으로 쓴 셈입니다.
클라우센은 시즌 2부터 이 일을 맡아 2017년까지 대부분의 회차 스코어를 썼습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한 회를 쓰는 데 보통 나흘에서 닷새가 걸렸습니다.
2017년, 예산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줄
2017년 8월 클라우센은 해고됐습니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최고의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Variety는 당시 기사에서 “덜 비싼 방식”으로 바뀔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고 적었습니다.
해고 사유를 두고는 보도가 엇갈립니다. 클라우센이 낸 소송에서 폭스 측 서류를 다룬 2020년 보도(Variety, The Hollywood Reporter)에 따르면 폭스는 “창작상의 이유”와 클라우센이 작곡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 온 문제를 앞세웠고, 비용을 줄이려 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2025년 LA Times는 공식 사유를 “매회 라이브 오케스트라 녹음의 높은 비용”이라고 썼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 2011년 제작진이 스태프·성우 보수를 깎으면서 클라우센의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신시사이저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The Hollywood Reporter, 2020-04-29. 당시 클라우센 보수는 회당 약 1만 2천 달러에 로열티 별도
- 2017년 클라우센 해고, 한스 짐머가 세운 작곡 집단 블리딩 핑거스 뮤직이 이어받음 클라우센은 이후 두 시즌 동안 "명예 작곡가" 크레딧과 회당 2,500달러를 받음(Variety)
- 전환 효과 신스 비중이 크게 늘고 음악비가 약 40% 줄었다는 보도 Variety, 2020-04-29. 법원 서류를 토대로 한 기사이며, 40%가 서류에 적힌 수치인지 기자의 정리인지는 기사만으로는 알 수 없음
- 2019~2022년 클라우센이 나이·파킨슨병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소송, 2022년 1월 취하 Variety에 따르면 패소 시 폭스 측 변호사 비용을 떠안을 위험을 피하려 판결 전에 취하
눈여겨볼 대목은 프로듀서 리처드 사카이(Gracie Films 사장)의 진술입니다. Variety에 따르면 그는 줄인 돈이 애니메이션과 “추가 창작 콘텐츠”로 갔고, 예산 총액은 그대로라고 했습니다.
LA Times는 제작진이 늘 비용을 줄이려 했고 그레이닝은 생각이 달랐으며, 클라우센 해고에도 불만이었다고 전합니다. 제가 보기엔 여기가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오케스트라를 처음 부른 사람이 끝까지 그걸 원했는데도, 예산을 움직이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줄인 돈은 화면에 바로 보이는 애니메이션 쪽으로 갔고요.
그래도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심슨은 이제 전부 신스”라고 말하면 틀립니다. 2025년 10월 LA Times는 지금 방식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회차는 블리딩 핑거스 자체 시설에서 소편성으로 녹음하고,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깔리는 핼러윈 특집 “공포의 나무집(Treehouse of Horror)” 회차에서는 폭스 스테이지에 풀 오케스트라를 부릅니다.
같은 기사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블리딩 핑거스가 막 맡았을 때 그레이닝이 테레민 소리를 듣고 진짜 악기냐고 물었는데,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 부분을 다시 녹음했습니다. 세션을 이끄는 카라 탤브는 블리딩 핑거스 작곡가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면서, 필요한 선율은 그들에게 연주를 맡긴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너무 가짜 같으면 쇼러너들을 설득할 수 없다”였습니다.
지금 심슨의 방식은 이렇게 읽힙니다. 매회 대편성은 접고, 평소엔 작게 가다가 음악이 가장 많이 깔리는 회차에만 돈을 몰아 씁니다. 차이가 가장 크게 들릴 자리에만 진짜 오케스트라를 남겨 둔 셈입니다.
패밀리 가이는 왜 지키나
같은 폭스 스테이지에서 패밀리 가이는 정반대 길을 갔습니다.
| 심슨 | 패밀리 가이 | |
|---|---|---|
| 녹음 장소 | 클라우센 시절 뉴먼 스테이지, 지금은 대부분 블리딩 핑거스 시설 | 뉴먼 스테이지(Mix 2005, Sound On Sound 2018) |
| 편성 | 35인(1998~2017) → 대부분 소편성, 핼러윈 특집만 풀 오케스트라 | 회차마다 다름, 최대 55명(2005), 60인 스윙밴드 큐(2018) |
| 누가 예산을 쥐었나 | 제작진(원작자 그레이닝은 해고에 불만, LA Times 2025) | 원작자 세스 맥팔레인(Mix 2005) |
| 확인된 최근 시점 | 2025년 10월 | 2021년 6월(작곡가 인터뷰) |
2005년 음향 전문지 Mix에 따르면 맥팔레인은 오케스트라 녹음을 제작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a big, fat, quality of sound that you can't get from electronics
작곡가 월터 머피는 2021년 인터뷰에서 “심슨은 오케스트라를 그만뒀다”며 “세스의 쇼들만 남았다”고 했습니다(핼러윈 특집은 예외라는 앞의 LA Times 보도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돈을 마구 쓰는 건 아닙니다. 머피는 데모를 먼저 만들어 필요한 인원만 부르고, 그래야 예산이 돌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로 오케스트라를 모을 수 없을 때는 연주자들이 원격으로 녹음한 파일을 합쳤고, 트롬본 한 명이 네 파트를 겹쳐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두 쇼의 차이는 음악 취향이 아니라 결정권의 위치입니다. 심슨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원한 원작자와 예산을 움직이는 제작진이 달랐습니다. 패밀리 가이에서는 그 소리를 원하는 사람이 곧 쇼의 주인입니다. 맥팔레인은 2017년 심슨 소식에 “오케스트라를 지켰으면 좋겠다, 훌륭한 쇼의 큰 부분”이라고 트윗하기도 했습니다(Variety, 2017-08-31).
연주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나
화면 밖에서는 이 결정이 연주자의 수입과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영화·TV 음악을 연주한 세션 연주자에게 방송 뒤에도 돈이 들어오는 장치가 있습니다.
1972년에 만들어져 지금은 미국음악가연맹(AFM)과 제작사 단체(AMPTP)의 단체협약으로 운영되는 기금, Film Musicians Secondary Markets Fund(FMSMF)입니다. 작품이 처음 공개된 매체를 떠나 새로운 “2차” 플랫폼에서 상영될 때 연주자에게 잔여보상(residual)을 나눠 줍니다. 기금은 이 돈을 “미뤄서 받는 임금(deferred wages)“이라고 부릅니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작품의 AFM 세션 보고서(B-form)에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합니다. 작곡가는 지휘나 오케스트레이션을 직접 한 경우가 아니면 대상이 아닙니다. 2026년 3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이 기금이 걷은 돈은 1억 2,764만 달러, 분배 예정액은 1억 1,604만 달러였습니다(미감사 추정치). 2024년 협약에는 스트리밍 전용 작품의 잔여보상과 AI 보호 조항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건을 달아야 합니다. 심슨이나 패밀리 가이 세션이 AFM 계약으로 녹음됐는지, 블리딩 핑거스의 소편성 세션은 어떤지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구조만 놓고 말할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잔여보상은 B-form에 이름이 오른 연주자에게 갑니다. 그러니 AFM 계약 세션이었다면, 신스와 작곡가 혼자 만든 큐에는 나중에 잔여보상을 받을 연주자 자체가 없습니다. 인원이 줄 때 한 사람 몫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기여금 산정 방식에 달려 있어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FMSMF는 2026년 서한에서 이번 회계연도 수입이 직전 3년 평균보다 약 10%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로는 “최근 몇 년의 업계 변화”를 들었을 뿐 구체적인 원인을 적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구조가 다릅니다
한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연주한 세션 연주자에게 미국 FMSMF 같은 기금이 있는지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한 건 법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실연자의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제69조의 규정에 따른 복제권, 제70조의 규정에 따른 배포권, 제73조의 규정에 따른 방송권 및 제74조의 규정에 따른 전송권은 특약이 없으면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영상에 쓰일 음악을 연주하기로 약속한 순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그 연주를 영상으로 복제·방송·전송할 권리는 제작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합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나눠 주는 방송·공연 보상금은 주로 “상업용 음반”이 방송되거나 매장에서 틀어질 때의 돈이라, 영상 속 스코어 연주와는 경로가 다릅니다. 실연자 권리가 어떻게 나뉘는지는 저작인접권 지도에 정리해 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영상 음악 세션을 하는 연주자에게 실제로 중요한 건 계약서의 “특약” 한 줄입니다. 기본값이 넘기는 쪽이니, 남길 게 있다면 적어 둬야 남습니다.
다음에 볼 때 들어볼 것
- 심슨의 핼러윈 특집 회차와 평범한 회차를 이어서 들어 보세요. 현악기가 실제 연주인지 샘플인지는 긴 음을 끌 때 잘 드러납니다
- 패밀리 가이의 뮤지컬 넘버가 나오는 회차는 스윙 밴드 녹음이 가장 잘 들리는 자리입니다
- 엔딩 크레딧에서 오케스트라·지휘·오케스트레이터 이름이 있는지 보세요. 그 회차 음악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영상 음악 세션을 한다면, 계약서에 실연 이용에 관한 특약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없으면 제100조 제3항의 추정이 먼저 적용됩니다
오케스트라가 남느냐 사라지느냐는 화면 속 소리만이 아니라, 그 소리를 낸 사람이 나중에 무엇을 받느냐까지 정합니다. 엔딩 크레딧 몇 줄이 그 결정의 기록입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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