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음악 얘기피지컬 음반 시장: CD 플레이어도 없는데 앨범은 왜 사나
스트리밍이 다 가져갔는데 피지컬 음반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팔립니다. 음반이 뭘로 바뀐 건지 생각해봤습니다.
요즘 CD 플레이어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노트북에서도 광학 드라이브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앨범은 계속 나옵니다. 그것도 꽤 팔립니다.
처음엔 이게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듣지도 못할 걸 왜 사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질문 자체가 틀렸습니다. 요즘 앨범은 듣기 위해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음반이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예전엔 앨범을 안 사면 그 음악을 들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구매가 곧 접근권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앨범을 사기 전에 이미 그 곡을 스무 번쯤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삽니다.
그러니까 지금 앨범을 사는 행위는 “음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아티스트를 지지한다는 걸 표시하는 것” 에 가깝습니다. 포토카드가 들어가고 버전이 여러 개로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음악은 이미 들었으니 남는 건 관계입니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매체가 바뀌면 물건의 의미도 바뀝니다. 늘 있던 일입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기서 실무 얘기가 하나 붙습니다.
피지컬 음반은 스트리밍과 돈이 들어오는 경로가 다릅니다. 스트리밍 정산 구조는 플랫폼이 걷어서 나누는 구조인데, 피지컬은 판매 대금이 유통 경로를 타고 옵니다.
그래서 이런 차이가 생깁니다.
| 스트리밍 | 피지컬 | |
|---|---|---|
| 수입 시점 | 몇 달 뒤 | 상대적으로 빠름 |
| 단가 | 재생당 아주 작음 | 한 장에 상당액 |
| 필요한 것 | 많은 사람 | 사줄 사람 |
1,000명이 앨범을 사는 것과 100만 번 재생되는 것 중 어느 쪽이 돈이 되느냐는 상황마다 다릅니다. 다만 규모가 작은 팀일수록 피지컬 쪽 계산이 나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제작비가 듭니다. 안 팔리면 재고가 남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문을 먼저 받고 찍는 방식도 많이 씁니다.
LP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CD와 달리 LP는 재생 장비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늘었습니다.
이건 관계 표시라기보다 경험을 사는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판을 꺼내고, 바늘을 올리고, 20분마다 뒤집는 그 번거로움 자체가 상품입니다. 스트리밍이 너무 편해진 것에 대한 반작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LP를 사는 사람도 평소엔 스트리밍으로 듣는다는 겁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 아닙니다
이 글은 뭘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앨범을 낼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좀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음악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이 음악을 이미 들은 사람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전자라면 피지컬은 손해입니다. 스트리밍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후자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참고로 피지컬을 내면 메타데이터와 크레딧 관리가 더 중요해집니다. 인쇄물은 한 번 찍으면 못 고칩니다. 오타가 나면 그대로 남습니다.
디지털은 고칠 수 있지만 종이는 안 됩니다. 이것도 매체의 차이네요.
음반을 내고 공연까지 생각하신다면 첫 단독 공연에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도 미리 보세요. 재고와 대관료는 성격이 비슷합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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