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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스튜디오에서 쇼크마운트에 걸린 콘덴서 마이크AI, 어디까지 되나
사진: Unsplash

규정 해설

AI가 내 목소리를 썼다면 저작권 말고 볼 법이 있습니다

목소리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라서 저작권법으로 걸기 어렵습니다. 대신 부정경쟁방지법에 음성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조문의 요건 네 개를 하나씩 봤습니다.

2026년 9월 4일 수정10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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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상에서 내 목소리로 부르지 않은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내 곡도 아니고, 내가 부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는 내 것입니다.

이럴 때 대부분 저작권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저작권법으로는 잘 안 걸립니다. 봐야 할 법이 따로 있습니다.

왜 저작권으로는 어려운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건 저작물, 그러니까 표현된 창작물입니다. 곡과 가사가 저작물이고, 그걸 부른 행위는 실연으로 보호됩니다. 실연을 담은 음원은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붙습니다. 권리가 세 갈래로 나뉘는 구조가 여기서도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목소리 그 자체가 이 셋 중 어디에도 안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는 창작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적 특징입니다. 내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냈다면, 내 곡을 쓴 것도 내 녹음을 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상황을 먼저 갈라야 합니다.

내 녹음이 실제로 쓰였나 그렇다 소리만 비슷하다 저작권법 쪽 복제·전송 등 권리가 작동 실연자·음반제작자 권리 쓰였다는 증명이 관건 부정경쟁방지법 쪽 제2조 제1호 타목 음성이 조문에 적혀 있음 요건 네 개를 다 넘어야 함
두 갈래를 섞으면 답이 안 나옵니다. 먼저 어느 쪽인지 가릅니다.

음성이 조문에 그대로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는 부정경쟁행위 유형이 가나다순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그중 타목이 이렇습니다.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 시행 2025. 10. 1., 법률 제21065호

음성이라는 단어가 성명, 초상과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AI 를 염두에 두고 만든 조항은 아니지만, 목소리를 가져다 쓰는 상황에 그대로 걸립니다.

다만 조문이 길고 조건이 겹겹이 붙어 있습니다. 나눠 보면 넘어야 할 문턱이 네 개입니다.

문턱 네 개

요건무슨 뜻인가어디서 걸리나
국내에 널리 인식될 것그 목소리가 나를 가리킨다고 사람들이 알아야 함가장 높은 문턱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그 목소리로 수익이 나고 있어야 함활동 기록으로 보임
자신의 영업을 위해 썼을 것상대가 사업에 썼어야 함비영리 창작물은 애매함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것내 수입이나 기회에 손해가 있어야 함금액 산정이 어려움

첫 번째 칸이 현실적으로 제일 큽니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다는 건 무명 창작자에게는 넘기 어려운 조건입니다. 목소리를 도용당한 것은 같은데, 알려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대응 수단이 다릅니다. 조문이 보호하려는 게 개인의 인격이 아니라 식별 표지에 붙은 경제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도 자주 걸립니다. 조문은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라고 적고 있습니다. 광고나 유료 서비스에 썼다면 분명하지만, 수익화하지 않은 개인 게시물이라면 이 요건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같은 조 파목에 성과 도용에 관한 일반 조항이 따로 있어서, 타목에 딱 안 맞는 경우 그쪽을 함께 보는 방식이 논의되기도 합니다.

이미 한 건 있습니다

이 글을 처음 쓸 때는 국내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7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AI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의 생산·판매·수출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습니다. 신청인은 가수 겸 성우이고, 상대는 그 소프트웨어를 만든 업체입니다. 신청인이 1억 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법원이 본 지점은 이렇게 전해집니다. 특정인의 음성과 비슷한 결과를 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사실을 명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인데, 양측 계약에 그 내용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본 타목의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가 실제로 어떻게 읽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짚어둘 것이 셋 있습니다.

본안 판결이 아니라 가처분입니다. 급한 상태를 막는 임시 처분이고, 본안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와 결정문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위 내용은 언론 보도로만 확인한 것입니다. 법원이 타목을 근거로 삼았는지 파목인지도 보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신청인은 이미 알려진 사람입니다. 앞의 표에서 가장 높은 문턱이라고 한 “국내에 널리 인식될 것”을 넘은 경우입니다. 무명 창작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목소리를 가져다 쓰는 것이 부정경쟁행위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국내에서 한 번은 나왔습니다. 실제 사건이라면 변호사와 상의하실 일입니다.

학습에 쓰인 것과 결과물이 나온 것은 다릅니다

여기서 자주 섞이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내 음원이 학습 데이터로 들어간 것과, 결과물이 내 목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은 저작물 이용이 공정이용인지의 문제이고, 뒤는 식별 표지를 무단으로 쓴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적용되는 법이 다릅니다.

앞쪽은 AI 학습과 공정이용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2월에 안내서를 냈지만 유권해석은 아니고, 국내 판례도 없습니다.

뒤쪽이 이 글의 내용입니다. 두 문제는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생길 수 있지만, 증명해야 할 것도 걸 수 있는 조항도 다릅니다.

그리고 등록 쪽은 또 별개입니다. 음저협의 AI 활용 음악 등록 기준은 3주 만에 철회됐고, 지금은 기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발견했다면 순서

증거를 먼저 남기세요. 주소, 화면, 발견 일시, 그리고 가능하면 그 소리 자체를 받아둡니다. 상대가 내리면 나중에 무엇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가 그걸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두세요. 광고가 붙었는지, 유료인지, 채널이 수익화돼 있는지. 세 번째 요건이 여기서 갈립니다.

플랫폼 신고가 가장 빠른 경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은 합성 음성이나 초상에 관한 자체 신고 절차를 두고 있는데, 절차와 기준이 계속 바뀌므로 신고 시점에 해당 플랫폼 안내를 직접 확인하세요. 법으로 가는 것보다 대개 빠릅니다.

그리고 내 목소리가 나를 가리킨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평소에 모아두면 첫 번째 요건에서 도움이 됩니다. 발매 이력, 공연 기록, 언론 언급 같은 것들입니다. 도용당한 다음에 만들 수 있는 자료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이 영역은 조문은 있는데 적용 사례가 아직 얇습니다. 국내에서 AI 음성 복제를 다룬 판결이 나오면 판단 기준이 훨씬 선명해질 텐데, 그 전까지는 조문의 요건을 하나씩 따져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확인되는 대로 이 글을 갱신하겠습니다.

고친 기록

  1. "국내 판례가 쌓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었는데 틀렸습니다. 2025년 7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AI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의 생산·판매·수출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한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절을 새로 만들어 넣었습니다. 다만 본안이 아니라 가처분이고, 사건번호와 결정문은 확인하지 못해 보도로만 확인한 것이라고 밝혀뒀습니다.

요율과 규정은 개정됩니다. 무엇이 언제 달라졌는지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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