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리포트
문의
KO
네트워크 장비에 노란색과 초록색 케이블이 가지런히 연결되어 있다AI, 어디까지 되나
사진: Unsplash

규정 해설

내 곡이 AI 학습에 쓰였다면 막을 수 있나

공정이용 조문을 직접 읽어보면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법은 2016년에 판단요소에서 영리성을 삭제했습니다. 조문과 안내서를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9분 읽기

ENRead in Englishmachine translation

어느 생성 도구에서 내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오는 걸 듣고, 학습 데이터에 내 음원이 들어갔나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다음에 검색하면 “공정이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과 “명백한 침해다”라는 말이 같이 나옵니다.

둘 다 조문을 읽고 한 말은 아닙니다. 조문은 생각보다 짧고, 읽어보면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조문에는 영리성이 없습니다

공정이용은 저작권법 제35조의5입니다. 판단할 때 고려하라는 항목이 제2항에 네 개 적혀 있습니다.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저작권법 제35조의5 제2항 시행 2026. 8. 11., 법률 제21336호

미국 조문을 옮겨온 제도라 미국 기준으로 설명하는 글이 많은데, 여기서 한 군데가 다릅니다. 미국 조문의 첫 번째 요소에는 상업적 성격인지를 본다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한국 조문에는 그 말이 없습니다.

없어진 겁니다. 2016년 개정 때 지웠습니다.

2011 공정이용 조항 신설 한미 FTA 이행 2016 영리성 요소 삭제 목적 제한도 함께 삭제 법률 제14083호 2026. 2. 문체부 안내서 유권해석 아님
지금 AI 학습 논의의 조건은 10년 전에 정해진 것입니다.

법제처가 정리한 개정이유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으로 한정하던 공정이용의 목적을 삭제하고, 판단 시 고려사항 중 영리 또는 비영리성을 삭제한다고요. 법률 제14083호, 시행 2016년 9월 23일입니다.

당시 이유는 AI와 관계가 없었습니다. 목적과 고려사항이 제한적이어서 공정이용 조항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AI 학습 논의는 그때 넓혀둔 문 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회사가 돈을 버니까 공정이용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한국 조문에서는 바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영리성은 여전히 첫 번째 요소인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안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지만, 독립된 판단 항목은 아닙니다.

정부가 내놓은 문서는 하나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2월 26일 안내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입니다. 5월에 영문본도 나왔습니다.

이 문서의 성격을 먼저 봐야 합니다. 안내서는 스스로 유권해석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건 괜찮다”고 정해준 문서가 아닙니다.

내용은 네 요소를 각각 어느 쪽으로 기울게 하는지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요소공정이용에 유리한 쪽불리한 쪽
이용의 목적 및 성격범용 능력을 만드는 학습원 저작물의 표현을 그대로 생성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창작성이 낮은 글문학·예술적 창작성이 높은 것
이용된 비중과 중요성목적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그 범위를 넘는 이용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원 저작물의 판매를 대체하지 않음경제적 손해를 일으킴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걸리는 칸은 두 번째와 네 번째입니다. 곡과 음원은 창작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고, 같은 스타일의 결과물이 쏟아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서 하나 밝혀둡니다. 이 표는 안내서 원문 PDF가 아니라 안내서를 정리한 법무법인 자료를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원문 확인 후 다르면 이 글을 고치겠습니다. 네 요소 자체는 위 조문에서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막을 수 있나

솔직하게 나누면 이렇습니다.

확실한 것판단 기준은 네 요소이고, 영리성은 독립 항목이 아닙니다
확실한 것정부 문서는 유권해석이 아니고, 국내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모르는 것어떤 학습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지
모르는 것내 음원이 실제로 학습에 쓰였는지 확인하는 방법

두 번째 모르는 것이 실무에서 더 큽니다. 침해를 주장하려면 쓰였다는 걸 보여야 하는데, 학습 데이터 목록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결과물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학습에 쓰였다는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건 사전 차단 쪽입니다. 협회에 신탁했다면 협회의 입장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음저협은 홈페이지에 관리 저작물을 AI 학습에 쓰려면 사전 서면 이용허락이 필요하고 자동화 도구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걸어두고 있습니다. 등록 기준은 철회됐지만 이 입장은 그대로입니다.

유통사와 플랫폼 약관도 봐야 할 자리입니다. AI 학습 이용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계약서에서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유통 계약 조항 정리에 있습니다.

지금 해둘 수 있는 것

법이 정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내 곡이 어느 단체에 신탁돼 있는지, 그 단체가 AI 학습에 대해 어떤 입장을 공지했는지 확인해 보세요. 신탁하지 않은 곡이라면 그 판단은 본인 몫으로 남습니다.

새로 맺는 유통·퍼블리싱 계약서에 AI 학습 관련 조항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없다면 없는 대로, 있다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내 사이트나 배포 채널에 이용 조건을 명시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크롤링 차단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건을 밝혀둔 기록은 나중에 시장 영향을 주장할 때 근거가 됩니다.

이 주제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판례든 입법이든 무언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까지는 “안 된다”도 “된다”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확정되는 것이 생기면 이 글을 갱신하겠습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메일로 구독 신청메일로 신청하시면 직접 명단에 넣어 드립니다. 광고성 메일은 보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