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어디까지 되나내 곡이 AI 학습에 쓰였다면 막을 수 있나
공정이용 조문을 직접 읽어보면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법은 2016년에 판단요소에서 영리성을 삭제했습니다. 조문과 안내서를 나눠서 정리했습니다.
어느 생성 도구에서 내 목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오는 걸 듣고, 학습 데이터에 내 음원이 들어갔나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다음에 검색하면 “공정이용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과 “명백한 침해다”라는 말이 같이 나옵니다.
둘 다 조문을 읽고 한 말은 아닙니다. 조문은 생각보다 짧고, 읽어보면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조문에는 영리성이 없습니다
공정이용은 저작권법 제35조의5입니다. 판단할 때 고려하라는 항목이 제2항에 네 개 적혀 있습니다.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미국 조문을 옮겨온 제도라 미국 기준으로 설명하는 글이 많은데, 여기서 한 군데가 다릅니다. 미국 조문의 첫 번째 요소에는 상업적 성격인지를 본다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한국 조문에는 그 말이 없습니다.
없어진 겁니다. 2016년 개정 때 지웠습니다.
법제처가 정리한 개정이유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으로 한정하던 공정이용의 목적을 삭제하고, 판단 시 고려사항 중 영리 또는 비영리성을 삭제한다고요. 법률 제14083호, 시행 2016년 9월 23일입니다.
당시 이유는 AI와 관계가 없었습니다. 목적과 고려사항이 제한적이어서 공정이용 조항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AI 학습 논의는 그때 넓혀둔 문 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AI 회사가 돈을 버니까 공정이용이 아니다”라는 논리는 한국 조문에서는 바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영리성은 여전히 첫 번째 요소인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안에서 함께 고려될 수 있지만, 독립된 판단 항목은 아닙니다.
정부가 내놓은 문서는 하나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2월 26일 안내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입니다. 5월에 영문본도 나왔습니다.
이 문서의 성격을 먼저 봐야 합니다. 안내서는 스스로 유권해석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건 괜찮다”고 정해준 문서가 아닙니다.
내용은 네 요소를 각각 어느 쪽으로 기울게 하는지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 요소 | 공정이용에 유리한 쪽 | 불리한 쪽 |
|---|---|---|
| 이용의 목적 및 성격 | 범용 능력을 만드는 학습 | 원 저작물의 표현을 그대로 생성 |
|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 창작성이 낮은 글 | 문학·예술적 창작성이 높은 것 |
| 이용된 비중과 중요성 | 목적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 그 범위를 넘는 이용 |
|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 | 원 저작물의 판매를 대체하지 않음 | 경제적 손해를 일으킴 |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걸리는 칸은 두 번째와 네 번째입니다. 곡과 음원은 창작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고, 같은 스타일의 결과물이 쏟아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서 하나 밝혀둡니다. 이 표는 안내서 원문 PDF가 아니라 안내서를 정리한 법무법인 자료를 통해 확인한 내용입니다. 원문 확인 후 다르면 이 글을 고치겠습니다. 네 요소 자체는 위 조문에서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막을 수 있나
솔직하게 나누면 이렇습니다.
| 확실한 것 | 판단 기준은 네 요소이고, 영리성은 독립 항목이 아닙니다 |
| 확실한 것 | 정부 문서는 유권해석이 아니고, 국내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
| 모르는 것 | 어떤 학습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지 |
| 모르는 것 | 내 음원이 실제로 학습에 쓰였는지 확인하는 방법 |
두 번째 모르는 것이 실무에서 더 큽니다. 침해를 주장하려면 쓰였다는 걸 보여야 하는데, 학습 데이터 목록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결과물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학습에 쓰였다는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건 사전 차단 쪽입니다. 협회에 신탁했다면 협회의 입장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음저협은 홈페이지에 관리 저작물을 AI 학습에 쓰려면 사전 서면 이용허락이 필요하고 자동화 도구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걸어두고 있습니다. 등록 기준은 철회됐지만 이 입장은 그대로입니다.
유통사와 플랫폼 약관도 봐야 할 자리입니다. AI 학습 이용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계약서에서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유통 계약 조항 정리에 있습니다.
지금 해둘 수 있는 것
법이 정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내 곡이 어느 단체에 신탁돼 있는지, 그 단체가 AI 학습에 대해 어떤 입장을 공지했는지 확인해 보세요. 신탁하지 않은 곡이라면 그 판단은 본인 몫으로 남습니다.
새로 맺는 유통·퍼블리싱 계약서에 AI 학습 관련 조항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없다면 없는 대로, 있다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내 사이트나 배포 채널에 이용 조건을 명시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크롤링 차단이 법적으로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건을 밝혀둔 기록은 나중에 시장 영향을 주장할 때 근거가 됩니다.
이 주제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판례든 입법이든 무언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까지는 “안 된다”도 “된다”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확정되는 것이 생기면 이 글을 갱신하겠습니다.
업계 뒷얘기, 2주에 한 번
징수규정 개정이나 유통사 약관 변경처럼 놓치면 손해 보는 것만 골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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