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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계약서 뜯어보기

저작권을 다 넘겨도 편곡권은 안 넘어갑니다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특약이 없으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문에 그렇게 적혀 있는데 계약서에는 잘 안 적혀 있습니다.

2026년 9월 9일 수정8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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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곡을 하나 넘겼습니다. 계약서에는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곡이 리메이크되어 나옵니다.

이때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 넘겼으니 할 말이 없겠구나.

조문은 다르게 적고 있습니다.

조문이 이렇습니다

저작권법 제45조는 저작재산권 양도를 다룹니다. 제2항이 핵심입니다.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시행 2026. 8. 11., 법률 제21336호

“전부를 양도”했는데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 뒀나

2차적저작물이 무엇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제5조는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합니다. 음악으로 옮기면 편곡, 리메이크, 리믹스, 그리고 그 곡을 쓴 영상물이 여기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22조는 그 권리가 저작자에게 있다고 합니다.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 고 적힌 계약서 넘어간 것 복제권 · 배포권 · 공연권 공중송신권 · 전시권 · 대여권 계약서에 쓴 대로 넘어갑니다 특약이 없으면 남는 것 2차적저작물작성권 편곡 · 리메이크 · 리믹스 제45조 제2항 "일체" 라고 써도 오른쪽 칸은 자동으로 안 넘어갑니다
프로그램(소프트웨어)만 반대입니다. 특약이 없으면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곡을 넘기는 것과 그 곡을 뜯어고칠 권리를 넘기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곡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다는 의사까지 계약서 한 줄에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이 기본값을 “안 넘어간 것”으로 잡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만 반대인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소프트웨어는 고쳐 쓰지 못하면 양도받는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추정”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한 단어를 정확히 봐야 합니다. 조문은 “본다”가 아니라 **“추정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뜻
간주(본다)반대 증거를 대도 뒤집을 수 없음
추정기본값이지만 반대 증거로 뒤집을 수 있음

그래서 이렇게 됩니다.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으면 출발점은 “안 넘어갔다”입니다. 다만 상대가 정황을 들어 “사실은 그것까지 넘기기로 한 것”이라고 다툴 여지는 남습니다. 협상 과정의 메일, 대금의 규모, 업계 관행 같은 것들이 근거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은 “안심해도 된다”가 아니라 “계약서에 안 적혀 있으면 다툴 자리가 있다”는 뜻으로 읽는 게 맞습니다.

어느 쪽이든 계약서에 쓰세요

넘기는 쪽이라면 이렇습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넘길 생각이 없다면 그렇게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조문이 이미 그쪽으로 추정해 주지만, 적어 두면 다툴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받는 쪽이라면 반대입니다. 편곡이나 리메이크를 염두에 두고 곡을 사는 것이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다”고 명시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못 받습니다. “일체”, “전부”, “모든 권리” 같은 말로는 부족합니다. 조문이 그 말을 그렇게 안 읽습니다.

계약서에서 이 조항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는 유통 계약서에서 확인할 조항과 퍼블리싱 계약 쪽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신탁했다면 또 다릅니다

협회에 곡을 신탁한 경우는 이 이야기와 층이 다릅니다. 다만 “맡겨만 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저작권신탁관리업의 법적 성질을 신탁법상 신탁으로 보고, 위탁자가 저작재산권을 신탁하면 그 권리는 대내외적으로 수탁자(협회)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16872, 216889 판결). 신탁법 제2조도 신탁을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신탁한 곡은 어떤 권리를 어디까지 맡겼는지를 각 단체의 신탁계약약관에서 확인하세요. 편곡 허락을 협회가 대신 해 주는지, 회원 동의를 받는지도 거기 적혀 있습니다.

2026년 9월 5일 기준으로 각 단체 약관의 이 부분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신탁한 곡의 편곡 허락 문제라면 소속 단체에 직접 문의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어디에 속해 있는지부터 정리하려면 음저협이냐 함저협이냐를 먼저 보세요.

정리하면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도한다”만 적혀 있다면, 편곡·리메이크 권리는 아직 원저작자 쪽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넘긴 사람도 받은 사람도 이걸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계약서를 꺼내 “2차적저작물”이라는 다섯 글자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없다면 지금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둘 만합니다. 앞으로 쓸 계약서에는 어느 쪽이든 한 줄 넣어 두면 나중에 다투지 않아도 됩니다.

고친 기록

  1. "신탁은 양도가 아니라 관리를 맡기는 것"이라고 적은 것이 틀렸습니다. 대법원은 저작재산권을 신탁하면 그 권리가 대내외적으로 협회에 완전히 이전된다고 봅니다(2021다216872). 판결과 신탁법 제2조를 근거로 넣어 고쳤습니다.

요율과 규정은 개정됩니다. 무엇이 언제 달라졌는지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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